2014년 5월 6일 화요일

조용히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해고 대상자





어느 회사에 가나 조용한 사람도 있고 수다스러운 사람도 있다. 다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다. 조립공장에서는 조용히 자기 맡은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 회사가 원하는 사람일 것이다. 딴 사람 말 시켜서 업무방해하면 안되니까. 소프트웨어는 어떨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소프트웨어처럼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것은 없다. 소프트웨어의 성공여부는 일하는 사람들 사이의 거리에 기하급수적으로 반비례한다고 한다. 팀 동료가 바로 옆 자리에 있을 때하고 한 자리 건너 있을 때하고 다르다. 옆방에 있으면 또 차이가 난다. 다른 층에 있을 때, 다른 빌딩에 있을 때 완전히 다르다. 다른 나라에 있을 수도 있다. 동료가 바로 옆에 있는 것과 다른 나라에 있는 것을 상상해 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내가 한국에서 프로젝트를 할 때 인도 프로그래머들을 5명 고용해서 일한 적이 있다. 그 중에 “라비 팔” 이라는 엔지니어는 나이가 가장 어리면서도 내가 지금까지 같이 일해 본 사람들 중에 가장 커뮤니케이션을 적절히 하는 프로그래머이었다. 모두에게 비슷한 수준의 업무를 맡겼는데 일하는 스타일이 여러 종류였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사람, 무조건 물어보는 사람등. 그 중에 라비는 마치 내 마음을 그대로 읽는 것 같았다. 지금쯤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려고 하면 어김없이 와서 상의하곤 하였다. 내가 먼저 궁금해서 물어보게 만든 적이 한번도 없었다.



라비가 와서 상의하는 문제는 여러가지 종류였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고, 개발계획을 변경해야겠다, 사양이 변경되어야겠다 이번 주 토요일은 일이 있어서 쉬어야겠다 등등 주제도 다양하다. 하지만 목적은 모두 한가지로 귀착될 수 있다.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사전에 정확하게 알려주고 문제가 있을 때 대안을 찾는 것이다. 문제를 혼자서 무리하게 해결하려고 하면 꼭 부작용이 따른다. 서로 협조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열등감에 사로잡혀 혼자서 모든 시간을 다 보내고 해결한다면 회사는 회사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간단한 것을 자존심 혹은 열등감때문에 물어보기 싫어서 고생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인간이 감정의 동물인 이상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다행히 아무도 모르게 넘어가면 좋은데 소프트웨어는 이상하게도 꼭 나중에 들통나기 마련이다. 일한 결과가 소스코드로 남는데 그것을 보면 그때 취한 행동거지를 짐작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인도인력들의 대화수준이나 상의하고자 하는 주제로 볼 때 라비만 엔지니어라고 말할 수 있고 나머지는 시키는 대로 코딩만 하려고 하는 프로그래머에 가까웠다. 요령피우는 것도 그렇고. 한국직원들을 포함해서 피우는 요령의 하나가 이미 어느 날을 쉬려고 작정했으면서도 미리 얘기를 안하는 것이다. 쉰다는 얘기는 하기가 쉽지 않다. 미루다가 그 전날와서 얘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라비는 항상 미리 얘기를 해 주었다. 윗사람이 어떤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결국은 나이도 가장 어린 라비에게 가장 중요한 일과 전체 관리하는 일을 맡기게 되었다. 내 사무실은 항상 오픈되어 있다. 그냥 지나가다가 한두마디 잡담하는 것도 업무에 도움이 된다. 라비는 이런 행동이 몸에 배어있었다.



다양한 스타일 중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조용히 일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나중에 꼭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소프트웨어 개발방법론에서 보면 현 단계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는 것과 다음 단계에서 발견해서 고치는 것과의 차이가 열 배의 노력이 더 드는 것으로 되어 있다. 조용히 일하는 스타일의 사람에게 어떻게 되어가냐고 물으면  잘 되어가고 있다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많은 경우에 문제가 있을 때 혼자서 자기편법을 사용해서 슬쩍 넘어가려고 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것이 바로 실패하는 소프트웨어의 시초이다. 이런 사람은 당장은 조금이라도 이익이 되는 것처럼 보이나 미래에 생기는 문제는 다 조용한 사람이 만들어 낸다. 이사람 저사람 붙어서 보수작업 할 걱정이 먼저 든다. 이런 사람이 감시대상이며 감원대상 일순위인 것이다. 사사건건 확인하며 물어보는 사람은 업무진행속도는 느릴지언정 일을 믿고 맡길 수가 있다. 사실은 이런 스타일의 사람이 너무 많으면 안되지만 꼭 필요하다. 전체팀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히 해주는 기폭제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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